저는 2000년 IT 버블이 시작되었던 때 개발 직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언젠가 나만의 회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직장 생활 3년 차에 지인 3명과 함께 조그맣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1년도 안 되어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참 동안 회사 일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네요.
최근에는 창업에 대해 더 늦기 전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서 회사를 다니며 틈틈이 준비하다 보니, 창업이 나에게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나 제 의지의 문제는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개인적으로 제 성향 자체가 창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작년 중순쯤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창업을 시도하는 방법을 꼭 사업자를 내고 시작하는 것이 아닌, 개발자로서 내가 잘할 수 있으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저와 생각이 비슷한 개발자이면서 "창업"에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IT 기술 창업에 대해 약간의 경험을 추가해서 세 개의 글로 톺아보고자 합니다.
창업 아이템 구분
창업은 크게 문화, 서비스, 기술 분야로 구분하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대략적인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문화: 대중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문학, 그림, 공연, 애니메이션, 음악 등과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수익을 창출합니다.
- 서비스: 기존의 낡은 서비스를 혁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으로, 전화 주문 배달 서비스를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과 배달을 하거나, 기존의 유료 서비스를 무료로 대체하며,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만드는 플랫폼을 만듭니다.
- 기술: 경쟁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만들거나, 더 비싸더라도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차를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만들거나, 최근 화제가 된 우주 탐사를 더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개발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하며,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합니다.
국내 스타트 업에 등록된 회사가 대략 20,710개가 되는데 이중에서 IT 기술 창업 분야의 비중은 100 을 기준으로 대략 문화: 10, 서비스: 70, 기술: 20 정도로 예상하는데, 저의 사업 아이템의 경우도 서비스에 해당합니다.
창업가의 출신 배경
일반적으로 회사를 다니며 얻은 업무적, 기술적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시작합니다. 직장인의 경우 비즈니스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자신만의 커리어를 구축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업무 스킬과 성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 개발자, 연구소 출신: 기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문제를 인식하여 새로운 기술이나 기존 기술을 혁신하여 해결을 시도합니다.
- 영업인 출신: 고객과의 소통 능력과 시장 이해도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합니다.
- 인문대 출신: 다양한 시각과 창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문제를 이해하여 제품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향상에 중점을 둡니다.
저도 직장에서 오랜 기간 개발 업무를 하다 보니 일상 생활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논리적으로 상황과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것이 가끔 불편한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어진 환경과 맥락에 맞게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직장 생활이 길어지고 나이가 40 대를 넘어가면 알게 모르게 쓸데없는 고집이 생겨나게 되어서인가 봅니다. 이것을 40대에서는 “곤조” 라는 일본어로 일에 대한 카리스마와 고집을 묘하게 섞은 말로 표현하고 하는데요.
제가 가진 사업 아이템에 대해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한 지인이 "너는 곤조가 강해서 사업하면 안 된다"라는 말이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단순하게 사람을 상대할 때 “유” 해지라는 게 아니라, 직장을 다닐때는 "곤조"가 필요하지만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에게 사업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되새기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한 번뜩이는 질문을 던지는 실행력이 있어야 하며, 실패를 하더라도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는 과정을 제시해야 하는 것"을 토대로 사업을 시작하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장인과 창업가를 구분짓는 것이 특정 분야의 도메인 전문가가 아니라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고 배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업의 본질은 수익 모델
기업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수익 모델입니다. 당연한 말인데 그게 경험이 없다보니 어렵습니다.
저의 경우 정부지원사업의 초기창업패키지를 활용하여 시작하려고 준비하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는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사업 계획서의 내용이 “사업 아이템이 아니라”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조건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아이템으로 준비했었던 거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수익 모델이란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합니다. 특정 분야의 기술만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면 남의 일만 해주고, 연명하는 용역 서비스의 길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사업 아이템에 대한 로드 맵은 생존을 위한 아이템이고 두 번의 기회는 없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지식재산권, 특허, 브랜드 등 사업 아이템을 지킬 수 있는 핵심 역량 보유는 기본이어야 해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했더니 기존 용역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을 아이템으로 추친을 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내가 그려나가는 아이템을 제품의 완성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계산해서 시장의 규모와 함께 형성되는 시기를 예측하는 지혜가 필요했습니다.
이때부터 직장인이 1인 기업이나 소수의 인원으로 스타트 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견뎌야 하는 여정인지 감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업계획서는 필수 문서
사업계획서는 투자자들에게 사업의 가능성을 설득해서 투자를 받기 위한 문서라고 생각 했었는데, 그게 아닙니다. 창업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문서입니다.
제한된 일정과 자금의 압박속에 많은 시행착오를 견뎌야 하는 여정은 번아웃을 겪게 만들어 줍니다. 사업계획서는 그 와중에도 사업 아이템의 계획과 마일스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방향성을 명확히 하기 위한 스스로를 위한 문서이기도 하고, 언제든 힘든 여정에 함께 하는 팀원들이 사업의 목표와 전략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사업계획서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만들어도 됩니다. 대부분 엘리베이터 스피치나 커피챗과 같이 가볍게 아이템을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작성해두고 언제든 업데이트가 편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 향후에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다음의 항목만은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경우 Markdown 으로 작성해서 OneDrive 에 개인 디렉토리로 보관해두어 집과 직장의 PC와 노트북으로 필요할 때 마다 언제든 내용을 업데이트 합니다.
- 문제: 고객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히 정의합니다.
- 아이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명합니다.
- 고객 비전: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설명합니다.
- 수익 모델: 아이템으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 설명합니다.
- 보유 기술: 사업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고유한 강점을 설명합니다.
- 팀의 능력: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과 운영을 위한 팀원들의 역량과 역할을 설명합니다.
- 경쟁사: 주요 경쟁사와 그들의 강점 및 약점을 분석합니다.
- 시장 크기: 목표 시장의 규모와 성장 가능성을 평가합니다.
- 자금 계획: 필요한 자금과 그 사용 계획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 로드맵: 사업의 주요 단계와 목표를 시간 순서대로 제시합니다.
- 브랜딩: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 계획을 설명합니다.
- 예상 수익: 예상되는 수익과 그 근거를 제시합니다.
재능 있는 창업가 vs 사업을 만들어 낼 팀
창업을 하기 위해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계획서는 준비 과정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개발과 업무 모두 풀 스택으로 모든 것을 다할 수 창업가가 1인 기업으로 어디까지 사업 확장이 가능할까요?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마케팅, 고객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을 최대한 간소화 해서 어느정도 수행할 수 있지만, 아직 수입 모델이 없고,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일이 양이 많아지게 되면 분명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시점이 옵니다.
그래서 사업 초기라면 당장은 괜찮을 수 있지만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 이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팀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팀원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한 편의 소설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라고 합니다.
IT 제품이나 서비스는 특성상 기업(Business)을 대상으로 하는 B2B와 소비자(Consumer)를 대상으로 한 B2C를 대상으로 하게 되는데 창업을 하면 고객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소 기능 제품 개발 이후 시점에 고객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사업자를 설립하고 최소한의 브랜딩 작업을 한 다음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B2C를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면 스타트 업 관련 대회에 참여하거나 투자를 받아야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를 해야합니다. 이때부터 창업투자회사의 모태펀드의 조합, 출자방식을 이해하고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R (Investor Relations) 활동을 해야하거나 이것이 가능한 팀 원을 반드시 영입을 해야합니다.
B2B를 하게 되면 고객이 관심을 가질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탄력적인 가격으로 고객과 대화를 하기 위해 학연, 지연, 혈연을 포함하여 주위의 모든 네트워킹을 활용하여 영업을 해야하거나 제품을 이해하고 고객과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팀 원을 반드시 영입을 해야합니다.
저의 경우 HandStack을 최소 기능 제품 수준으로 개발하고 난 이후 이 시점에서 주변 지인들에게 데모로 보여주며, 향후 로드 맵을 구상을 했었는데 이때 얻은 결론은 사업 아이템의 계획과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이번 글에서 요약
직장을 다니다가 IT 기술 창업에 대한 저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해 보았습니다.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계획서는 준비 과정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IT 기술 창업을 준비 중이시라면 사업자를 내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회사와 학연, 지연, 혈연을 포함하여 주위의 모든 네트워킹을 활용하여 주변 지인들과 윈윈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진행을 하고, 어느정도 수익 모델이 확보가 되었을 때 사업자를 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구체적인 창업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다루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