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라” 말하기 전에

"명장"보다 무서운 것이 "운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따르는 사람 만큼은 이길 수 없다는 뜻이죠. 그만큼 우리의 성공에 있어서 운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반대로 운장은 운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운이 따르지 않으면 가장 빨리 평가가 내려가는 유형의 리더이기도합니다. 운은 생각보다 공평해서 그만큼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의미있는 성과를 이룩할 만큼은 따라주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만큼 노력한 이들에게는 충분한 운을 내려주기도하죠.

이번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보인 모습, 아니 정확히는 이 팀의 리더가 보여준 모습이 그랬습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않고,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않으며,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면서 각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운장의 가면을 쓴 졸장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의 가면은 4강에서 벗겨졌죠. 더 이상 선수들의 체력과 정신력, 개인능력에 기댈 수 없을 때가 되었을 때 그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한국 대표팀 뿐 아니라 한국과 한국인을 조롱하는 듯한 섬뜩함이 느껴졌습니다. 임진왜란에서 조선 수군에게 유일한 패배로 기록된 "칠전량 해전"을 이끈 원균(1540~1597)이 딱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이런 리더 아래에서 개개인의 능력으로 대회 결승 문턱까지 이끌어낸 선수들이 고맙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사람들은 타인들에게 열심히 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주변탓을 하느냐고 합니다. 저도 이전까지는 이러한 생각에 다수 동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축구 대표팀을 보면서 나는 "열심히"하기 전에 과연 내가 타고 있는 배가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지 묻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최첨단 선박이라도 암초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된 리더가 감투를 쓴 한국대표팀의 실패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축구대표팀은 "비효율적으로 항해하는 최첨단 함선"그 자체였습니다. 명확한 방향이 없이 그져 선수들을 희생시켜 나아가는 배였죠. 안락의자에 누운 선장은 본인의 유일한 책무였던 방향키 조작마져 놓아버렸습니다. 축구계가 아닌 수많은 공/사적 조직들도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직원들에게 "열심히 하자"는 말을 하기에 앞서 확실한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아시안컵 대회를 통해 느꼈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내면으로의 여행 — “열심히 하라” 말하기 전에

감사합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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