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MS가 역사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해서 날려버린 기회가 닷넷만이 아니고 다른 사례들도 꽤 많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만해도 여럿 있는데, 일단 SQL 서버, 실버라이트 (+익스프레션 시리즈), 윈도 미디어 코덱, 윈도 CE와 윈도 모바일 장치들 전반 등등 꽤 많습니다. 마음 아픈 일이죠. ㅎㅎ
뭐, 그렇게 해서 MS가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다른 기술로 갈아타는 분들도 얼마든지 많고 (예: IIS, SQL Server, Docker), 반대로 MS가 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 다른 기술에서 찾을 수 없었던 매력적인 부분이라서 새롭게 입문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예: 타입스크립트, VSCode)
MS라는 회사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고용주와 직원들로만 구성된 회사가 아니라, 모두들 잘 아시다시피 MS라는 회사에 돈을 투자한 주주들에 의해서도 많은것이 좌지우지되는 회사입니다. 당연히 "잘 되고 있던 것이나 더 잘 되게 만들기만 하기"로는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없고, 회사가 지속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세월에 따라 기술은 발전하므로” 새로운 시도를 멈춘다면 MS라는 기업은 존재의의를 잃어버리겠죠. 결국 여러 가지 달성해야 할 목표는 많고,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리소스는 한정되어있으며, 그 때 그 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선택지를 찾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최선이 안타깝게도 대체로 "많은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인 것 같고요. 그런 맥락에서 MS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사고 친다"는 것은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해서 욕을 먹는거라면 좋겠습니다. (이게 어쩌면 모든 주식회사들의 숙명일지도요 ㅎㅎ)
그러다보니 MS는 사실 "애저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든 우선 순위를 놓고 결정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자연히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던 윈도 플랫폼이나 닷넷은 항상 후순위가 될 수 밖에 없고요. 최근의 혼란이나 아쉬움, 불평은 그로 인한 결과물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닷넷도 앞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주도의 오픈 소스가 아니라, 좀 더 명시적이고 명확한 기조 아래에서 "닷넷 재단 산하 개발 팀의 주도"로 새로운 닷넷 릴리즈가 출시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회사이기 때문에, 결국은 제대로된 개발자들의 VOC를 청취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환경적인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VOC를 청취한 뒤 제한적인 부분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나 회사 누구나 닷넷 런타임이나 컴파일러의 포크 버전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도전적인 기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만족스러우며,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도 만족스러운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침 이번 닷넷 8부터는 "Build Your Own Build (BYOB)"가 중요한 기능으로 소개되었고, 이전과는 다르게 더 이상 MS가 빌드해주는 닷넷 런타임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MS가 맥 버전의 비주얼 스튜디오 개발을 포기한 것 (+ 여전히 비주얼 스튜디오가 닷넷 코어 런타임을 기반으로 만들지 않는 다는 것), 닷넷 재단을 형식적이지만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빌드 과정을 본인들만이 아닌 누구나 빌드할 수 있게 바꾸어가고 있다는 점, 이 세 가지 변화를 봤을 때 얼마나 먼 미래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닷넷 기술도 진짜 오픈 소스 프로젝트로 머지 않은 시일 안에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그래야만 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시장에서 정말로 도태되고 말겠죠.)
그런 맥락에서 저는 MSFT가 닷넷을 책임진다는 프레임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MSFT가 선택과 집중을 하기 원하는 것 같으니 (마침 최근에 엄청난 레이오프를 단행하고 있죠.), 그렇게 해야 할 수 밖에 없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