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닷넷데브의 개편을 포함하여 향후 커뮤니티 운영 방향성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글로, 최대한 많은 회원 여러분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2026년 3월 ~ 4월 사이에 반영하려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닷넷데브 운영진 남정현입니다.
닷넷데브가 2019년에 처음 문을 열고 어느덧 7년째를 향해가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닷넷이 한창 활성화되어야 할 시기에, 국내 유력 닷넷 개발자 커뮤니티 다수가 문을 닫거나 활동이 침체기에 빠진 시기에, 깊은 위기감과 절박함을 가지고 시작하여 지금은 1400명 이상의 회원과 함께 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닷넷 개발자 커뮤니티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신 덕분에 닷넷데브는 지난 수년간 한국의 .NET 개발자들이 모여 기술을 배우고, 질문하고, 세미나에 참석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운영진과 멤버들이 함께 쌓아올린 자산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아시다시피 최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AI 코딩 에이전트가 일상의 도구가 된 지금, 기술 정보의 전달이라는 커뮤니티의 전통적 역할은 대부분 대체되었습니다. "C#에서 이걸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에 포럼에서 답변을 기다리는 것보다 AI에게 묻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한 시대입니다. 프레임워크의 새 기능을 소개하는 세미나는 공식 문서와 YouTube를 넘어서기 어려워졌습니다.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나 기술 스택을 중심으로 한 컨퍼런스라는 형태 자체가, 벤더가 직접 운영하지 않는 한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운영진들이 오프라인 행사에 집중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행사 준비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커뮤니티 본연의 가치를 만드는 데 쓰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어왔습니다.
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고민해보았고, 닷넷데브의 2026년 이후 개편 방향을 정리하여 포럼 회원 여러분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글을 남깁니다.
AI 시대에 커뮤니티가 공유해야 할 가치
우선 AI가 가져간 것과 가져가지 못한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AI는 코드 작성, API 사용법, 에러 디버깅 등 개발자만이 잘 할 수 있다고 여겨지던 많은 작업들을 이미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적 판단력 (“이 아키텍처를 선택하면 6개월 뒤에 어떤 일이 생기는가”, “이 방식은 왜 실패했는가” )은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전달할 수 있습니다. AI를 도구로 쓰는 실전 지식 (MCP 서버 구성, AI 에이전트의 워크플로우 통합, 레거시 코드 분석에 AI를 적용하는 방법)은 공식 문서에 없고 시행착오에서만 나옵니다. 그리고 기술 선택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신뢰할 수 있는 동료 개발자의 경험에 기반한 방향 감각이 더 귀해집니다.
이것이 앞으로 닷넷데브가 집중할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술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판단력과 실전 경험의 공유의 장을 만들어가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방향: 빌더를 위한 커뮤니티
닷넷데브는 “모두를 위한 기술 커뮤니티"에서 **”.NET 기반으로 직접 만드는 사람들, 빌더를 위한 커뮤니티"**로 전환하려 합니다.
빌더란 무엇일까요?
빌더란 반드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GitHub에 올린 사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레거시 시스템을 분석하고 개선 전략을 세운 사람, 사내 도구를 만들어 팀의 문제를 해결한 사람, 자기 업무를 자동화하는 코드를 짠 사람도 훌륭한 빌더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서 .NET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 역시 빌더입니다. 지금 당장 완성된 프로젝트가 없더라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첫 걸음을 내딛는 사람이라면 이 커뮤니티의 일원입니다. 핵심은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자 하며,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나눌 의지가 있는가입니다.
닷넷데브는 .NET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진지한 빌더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나가고자 합니다.
물론 .NET 개발자 커뮤니티라는 정체성은 계속 유지합니다. 다만 .NET은 우리의 제약 조건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NET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 ".NET 환경에서 AI 시대의 문제를 어떻게 푸는가"가 우리의 질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닷넷데브는 .NET 기반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고자 합니다. 프로젝트의 가시성을 높이고, 피드백과 협업의 기회를 만들고, 빌더들이 서로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구체적으로 달라지는 것들
"내가 만들었어요"를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우리 포럼에는 이미 "내가 만들었어요"라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멤버들이 자기가 만든 것을 공유하는 이 공간을, 앞으로 커뮤니티에서 가장 높은 가중치를 가진 핵심 카테고리로 격상합니다. 완성된 프로젝트의 등록뿐 아니라, 기술적 의사결정의 배경과 과정을 함께 나누고, 멤버들로부터 피드백을 주고받는 공간으로 발전시킵니다.
이미 우리 안에 사례가 있습니다. 식탁보(TableCloth)는 Windows Sandbox를 활용한 한국 뱅킹 보안 격리 도구로, 한국 특유의 문제를 .NET 오픈소스로 풀어낸 프로젝트입니다. HandMirrorMcp는 AI 코딩 에이전트가 .NET 어셈블리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MCP 서버로, AI 시대에 .NET 개발자가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도구입니다. HwpLibSharp는 Java 라이브러리를 AI 코딩 어시스턴트를 활용하여 C#으로 포팅한 프로젝트로, AI와 협업하여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사례 연구가 되었습니다.
운영진들의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입니다. Duxel은 .NET 생태계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프로젝트이며, MewUI는 NativeAOT 친화적인 경량 크로스플랫폼 UI 프레임워크로서 .NET UI 개발의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들이 "내가 만들었어요"에 올라갈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을 말로만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진이 직접 실증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Builder’s Log — 슬로그의 확장
닷넷데브에는 또 하나의 고유한 자산이 있습니다. 바로 슬로그(Slog, Slow Log) 입니다.
슬로그는 Discourse 스레드의 이어쓰기 구조를 활용하여, 한 번의 완성된 글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각글을 쌓아가는 닷넷데브 오리지널 콘텐츠 포맷입니다.
빌더를 위한 커뮤니티라는 새로운 방향에서, 이 슬로그를 Builder’s Log로 확장합니다. “나는 이것을 만들고 있고, 그 과정을 기록한다.” 오늘 부딪힌 문제, 시도했다가 실패한 접근, 3주 뒤에 다시 보니 맞았던 판단. 프로젝트를 만드는 과정의 생생한 기록이 스레드에 쌓여갑니다. 이것은 완성된 블로그 글로는 담을 수 없는, 살아있는 경험의 공유입니다. 다른 멤버들은 중간에 피드백을 끼워넣고, 비슷한 문제를 겪은 자신의 경험을 더할 수 있습니다.
.NET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분이라면, 첫 프로젝트를 Builder’s Log로 기록해보시길 권합니다.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배우는 과정 자체가 빌더의 여정이고, 그 기록이 같은 길을 걷는 다른 멤버에게 가장 진솔한 길잡이가 됩니다.
정기적인 온라인 쇼케이스 세션도 기획하려 합니다. 프로젝트 데모, 기술적 의사결정의 배경 설명, 참가자 피드백으로 구성되는 소규모 포맷입니다.
질문 답변 게시판의 축소
기존의 세분화된 질문 답변 카테고리를 한 카테고리로 모두 통합하고, 포럼의 보조 서비스로 격하할 것입니다. 일반적인 기술 질문은 AI 도구를 먼저 활용하시고, 커뮤니티의 경험과 판단이 필요한 질문을 중심으로 운영합니다.
오프라인 세미나의 재편
서울 지역의 정기 오프라인 세미나는 축소합니다. 대신, 부산이나 대전 등 .NET 관련 행사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원정 밋업을 시도합니다. 일상적인 기술 교류는 온라인으로 전환합니다.
.NET Universe의 전환
.NET Universe는 기술 세미나 중심의 컨퍼런스에서, 커뮤니티 빌더들의 프로젝트를 조명하는 연간 쇼케이스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dotnetuniverse.net은 행사 랜딩 페이지를 넘어, 커뮤니티 프로젝트와 콘텐츠를 담는 상시 허브로 발전시켜 나갑니다.
운영진 역할의 재정의
운영진의 역할은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에서 "자기 프로젝트를 가지고 커뮤니티에 먼저 모범을 보이는 사람"으로 전환됩니다. 식탁보, HandMirrorMcp, HwpLibSharp, Duxel, MewUI — 운영진 각자가 이미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들이 커뮤니티의 새로운 방향을 실증하는 첫 번째 사례입니다.
시니어 개발자 여러분들께
이번 전환이 최신 기술만을 다루겠다는 선언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한국 .NET 생태계의 현실에서, 많은 분들이 .NET Framework 기반의 레거시 환경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이 환경을 AI를 활용하여 분석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전환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도 빌더의 일입니다. 오히려 이런 실전 경험이야말로 AI가 대체할 수 없고, 커뮤니티에서 가장 가치 있는 콘텐츠가 됩니다.
“10년 된 WinForms 앱에 AI를 어떻게 적용했는가”, “.NET Framework 프로젝트를 부분적으로 최신 .NET으로 옮긴 과정과 실패담” — 이런 경험을 가진 분들이야말로 이 커뮤니티의 핵심 기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Builder’s Log로 기록해주신다면, 같은 상황에 놓인 수많은 개발자들에게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26년은 재설계의 해입니다
2026년 한 해는 이 전환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기간으로 운영합니다. 커뮤니티를 쉬는 것이 아니라, 운영 모드를 전환하는 것입니다. 포럼과 뉴스레터를 통한 일상적 활동은 계속되며, 새로운 포맷의 활동들을 소규모로 시범 운영하면서 무엇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해 나갈 것입니다.
이 방향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인 만큼, 이 전환도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이 글은 커뮤니티의 방향성에 대한 깊은 논의를 바탕으로, AI의 어시스트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